공지사항
사경을 헤메고 있는 박광천원장의 아내입니다(펌옴)
2004-12-18
                                            
  박광천 (pkc)
작성일 2004-12-17 17:24:06 조회 955 추천 61
제목 사경을 헤메고 있는 박광천원장의 아내입니다.
본문 저는 여수에서 ‘선이고운 의원’ 원장인 박광천씨의 아내입니다.
지금 제 남편은 지난 12월 7일 저녁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진단할 결과 뇌사 상태 판명이 났습니다. 현재 소생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에서 호흡기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사고를 당한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일이 너무 어이가 없고, 억울해서 이 글을 띄웁니다.

남편은 2000년 서울 삼성 의료원에서 외과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3~4년 동안 미용수술을 하는 선배 의사들에게서 미용 수술을 배워 지난 11월 2일 전라남도 여수에서 처음 개원을 했습니다. 여수는 남편의 고향으로 시댁 어른들 역시 여수에 살고 계십니다. 남편은 여수 서교 네거리 3층 건물의 3층에 병원을 차렸습니다. 고향에서 개원한다며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기뻐하던 남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개원하고 나서 기쁨보다는 고민스럽고 신경 쓰이는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났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간판 문제였습니다. 옥상 위에 가로간판 1개와 건물 벽에 세로 간판(돌출 간판) 1개를 달고, 도로 쪽에 나 있는 병원 창문에 시트지로 ‘선이고은 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를 붙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여수 보건소 직원 2명이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민원이 들어왔다”며 “진료과목과 의원이라는 글씨가 잘 안 보인다”며 고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들의 지적대로 고쳤습니다.

그 며칠 후 또 여수 보건소 직원 2명이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또 민원이 들어왔다. 여수시 의사협회에서 이곳에 대해 말이 많다. 후배가 가까운 곳에서 개원을 하면서 누가 좋아하겠느냐?”며 “성형외과전문의가 아닌데 성형외과 전문의 의원처럼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들은 “사업자 등록할 때 ‘외과와 성형외과’로 했으니 그렇게 명기하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도 그들 요구대로 간판을 “선이고운 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 외과”로 고쳤습니다.

그런데 보건소 직원 2명이 그 며칠 뒤 세 번째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는 플래카드와 세로간판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날 아침에 제가 남편과 함께 출근하는데 남편이 주변 병원에 걸려 있던 플래카드가 싹 치워진 것을 보고는 “어? 언제 플래카드가 다 치워졌지? 어제까지 다들 걸려 있었는데...우리도 치워야겠네”하며 의아스럽게 생각했습니다.(남편 본가는 여수에 있지만 우리는 여수에서 차로 40여분 걸리는 순천에 있는 친정집에서 출퇴근을 했습니다. 개원 초기라 제가 남편을 출퇴근 시키며 병원 이곳저곳 손볼 곳을 제가 해야 했기에 친정 엄마가 두 아이를 돌봐주셨습니다.)

그런데 그날 보건소 직원들이 찾아와 플래카드 걸어놓은 것을 가지고 “여수시 의사협회에서 민원이 또 들어왔다”며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들은 환자들이 대기실에 있는데도 큰 소리로 “여기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지 않느냐‘는 둥, 접수대에 올려놓은 ‘선이고은 성형외과’ 팻말을 사진 찍으면서 ‘성형외과 전문의도 아닌데 왜 이렇게 적어놓았느냐”는 둥, 간호사에게는 전화 받을 때 ‘의원’이라고 하지 않고 ‘성형외과’라고 받고 있지 않느냐면서 2시간 정도 행패라고 할 수 밖에 없는 행동을 했습니다. 남편은 플래카드를 철거하고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선이고운 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 외과‘라는 세로간판을 새로 달았습니다. 그런데 그 전날까지 다른 병원들에 걸어놓은 플래카드들이 우리 남편만 모른 상태에서 어떻게 일제히 사라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처음 개원한 입장에서 거의 모든 홍보 수단이 막히지 남편은 몹시 난감해 했습니다. 제가 옆에서 보기에도 답답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남편이 광고 규정을 잘 모르긴 했지만, 제가 보기에 보건소에 민원을 했다는 여수시 의사협회나 주위 의사들, 그리고 여수 보건소 직원의 행동은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의료법을 내세운 일종의 텃세라고 할까요. 심지어 환자들 앞에서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면서 전문의 행세를 한다“고 호통(?)을 칠 때는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남편은 정성껏 환자들을 맞고, 집에 와서는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11월 20일경, 서교 네거리 근처에서 다른 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남편의 고교 동창생이 “여수 ‘원로’ 의사들에게 인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자리를 마련했으니 참석하라”고 했답니다. (지금부터는 남편이 사고 전에 전해준 이야기입니다). 그 동창생은 남편에게 “여수에서 살아남으려면 원로 선배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말도 했답니다.

그런데 여수 ‘원로’ 의사들과 자리를 마련한 날, 남편은 수술하느라 너무 피곤해서 고교 동창 의사에게 참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퇴근 후 남편은 제 차를 타고 순천으로 돌아왔습니다. 계속 그 동창 의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은 “너무 피곤해서 안되겠다. 미안하다”며 “순천에 다 왔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동창생은 “다시 여수로 와라. 여수 의사협회에 밉보이면 좋을 게 뭐가 있느냐”고 했고, 남편은 난감해 하더니 저더러 여수로 차를 돌리라고 했습니다. 남편이 그 ‘원로’들을 부담스러워 한 것은 간판 문제 등의 민원으로 보건소 직원들에게 닦달을 당해서였습니다.

어쨌든 다시 여수에 도착하니 밤 9시 40분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술자리에 들어가고, 저는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주차장에서 기다렸습니다. 밤 1시 넘어서도 나오지 않길래 들어가봤더니 막 자리가 파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밤늦게 돌아오는 길에 남편은 걱정을 했습니다. 아마 자리가 몹시 불편했었던 모양입니다. 남편에게 들어보니 ‘원로 의사들’이 먼저 자리를 뜬 뒤 그 고교 동창생을 비롯한 비슷한 연배의 의사들 몇 명이 “네가 오늘 나오지 않았으면 치명적인 실수를 했던 건데 늦게라도 나타났으니 그래도 덜 치명적이었다”며 “너 혼자 사는 게 아니니 신경 써라”고 했답니다. 아마 ‘군기’ 꽤나 잡혔던 것 같습니다.

그 뒤 일주일 정도 지난 12월 7일, 남편에게 끔찍한 참변이 일어난 날입니다. 그 며칠 전 그 동창생 의사가 전화해서 “지난 번 잘 얻어먹었으니 이번에는 ‘원로’ 선배들이 식사 한번 하자고 한다”며 일방적으로 약속 날짜를 정해 통보를 했답니다. 약속 날짜에 남편은 피곤도 하고 자리가 부담스러워 피하려고 했더니 그 동창생이 직접 와서 남편을 데리고 갔다고 합니다. 그 때가 7시 무렵이었습니다.

그런데 밤 9시 20여분에 순천 친정으로 그 남편 고교 동창의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이 술이 많이 취해 인사불성이니 데려가라”는 전화였습니다. 저는 술이 많이 취했으면 여수에 있는 본가에 자고 오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아버지에게 전화해 “아범이 많이 취했다고 하니 아버님 댁에서 자게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버님은 그게 좋겠다며 남편이 있다는 음식점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가셨습니다.

9시 40분경 아버님이 음식점에 가서 보니 음식점 후문 계단에 남편이 양말만 신은 채 의식불명 상태로 바닥에 철퍼덕 앉아 있고, 다른 의사가 뒤에서 껴안고 있었다고 합니다. 가서 보니 남편의 코와 입에서 피가 흐르고 있기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 의사는 남편이 “술이 취해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했답니다.

아버님은 “얼마나 술이 취했길래 이렇게 되었냐”며 남편 신발을 찾아 신긴 뒤 택시를 불러 태우면서 “집에 데려가야 하느냐, 병원에 데려가야 하느냐”고 그 의사에게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그 의사가 “병원으로 가는데 좋겠습니다”라고 해서 아버님은 여수성심병원 응급실에 갔습니다(그 자리에 있는 의사 아무도 동행해 주기 않았고, 그 뒤에도 그 원로들 저녁자리는 이어졌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CT 촬영을 하더니 두개골 정면 부위가 십자가 형태로 깨졌다며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1시간 이내에 죽는다고 했습니다. 저는 순천에서 시아버지 전화를 받고, 10시 50분에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창백한 얼굴에 의식불명 상태인 남편을 보니 뭐가 뭔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눈물만 쏟아지더군요.

12시에 수술에 들어갔는데, 뇌가 부어 제대로 수술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수술한 뒤에도 지금까지 남편은 의식불명 상태입니다. 병세가 갈수록 더 악화되어 호흡기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음날 경찰서에 신고를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는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아버님이 남편과 사고 현장에 있었던 의사 3명을 여수성심병원으로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나중에 현장 검증에서 1명이 더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의 말을 종합하면, 술을 마신 남편이 계단을 오르다 넘어졌다고 합니다. 남편이 넘어지는 것을 붙잡다 같이 넘어졌다고한 그 고교 동창생은 팔 골절에 얼굴에 멍이 들고 이빨이 한대 부러지고 안경이 부러졌다고 합니다. 남편의 정강이를 보니 멍이 시퍼렇게 들어 있고, 왼손(남편은 왼손잡이입니다) 주먹에는 이빨 자국이 있고, 멍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의심나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술을 마시다 남편이 왜 양말만 신은채로 나왔으며, 그 고교 동창생의 말로 술이 취해 뒤로 넘어졌다는데 왜 두개골 정면 부위가 깨졌는지, 그 고교 동창생은 술 취해 넘어지는 남편을 붙잡으려고 했는데 팔골절에 얼굴 멍에 이빨까지 부러질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동료 의사가, 그들 말을 따른다 해도, 술이 취해 계단에서 넘어져 코와 입에서 피가 흐르고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으면 무슨 조치를 취했어야 하지 않았나요? 남편이 술 취했다고 순천 집으로 전화하고, 시댁 어른이 데리러 갈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아무도 병원을 따라와주지 않고, 계속해서 밥을 먹고 술을 마셨다니....,

그날 그 자리에 ‘원로’를 포함해 12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남편이 병원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병원을 찾은 사람은 사고현장에 남아 있던 3명( 그것도 시아버지가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위해 불렀던 것입니다.)과 여수 의사회 소속 의사들 몇 명이 한번 병원에 들러 남편 담당 의사에게 몇 가지 물어보고는 돌아간 게 전부입니다. 넋이 나가 있는 저나 시댁어른, 친정 어른들에게는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봉투 하나 놓고 갔습니다(봉투는 돌려주었습니다).

경찰 조사가 미진해 시아버지가 경찰서장을 만났더니 경찰서장은 남편 사고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경찰서장이 지시했는지 사고 6일째가 지난 12월 13일 현장검증이 있었습니다. 남편과 술자리를 한 그 고교 동창생 등 의사 4명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장검증에서 그 고교 동창생은 제가 보는 앞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사람이 죽어도 절대 도와주지 마라. 나처럼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현장검증에 나온, 사고 현장에 있었다는 의사에 제가 “저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인데”라고 하자 그 의사는 “나도 그날 그 사람(제 남편) 처음 봤다”고 냉랭하게 대꾸하더군요. 그런 그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어디 있는지요. 고향에서 개원한 젊은 의사가 어느날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가고 있는데 단순히 계단에서 넘어져 그렇게 되었다고 누가 믿을 수 있습니까?

그 날 그 함께 있었던 동료 의사들이라는 사람들이 과연 의사가 맞는지 묻고 싶습니다. 여수시 의사협회라는 곳은 무슨 ‘원로’들이 모여 있는지 모르나 그렇게 민원이나 하면서 사람을 괴롭히는 단체인지요.

세살 짜리 아들은 친정집에서 “엄마, 아빠 왜 안오느냐”고, “아빠 보고싶다”고 전화를 수시로 합니다. 딸아이는 12월 9일이 돌이었습니다. 남편은 딸 아이 돌맞이도 못하고 이틀 전에 변을 당한 것입니다. 이 아이는 생전의 아빠 모습을 보지 못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막막하고, 눈물만이 앞을 가립니다.

경찰은 이 일을 단순 사고로 처리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날 그 장소였던 음식점 종업원들은 하나같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습니다. 술자리에 있었던 의사들은 다 남편이 술 취해서 넘어져 일어난 일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여수시 의사협회에서는 그날 한번 들러 봉투 하나 내놓고는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제 남편의 사고 경위가 명명백하게 가려지고, 의사 사회가 적어도 이래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위해서입니다. 두서없이 적다보니 글의 맥락이 어지럽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광천 처 신여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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