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간판규정’ 소각하의 의미와 향후 대응책(권성희 변호사)
2005-01-03
                                            
글/권성희 변호사(법제이사)
    
   지난 11월 24일 의료법시행규칙제31조(일명 ‘간판규정’)취소 등 행정소송이 1심에서 소각하 판결을 받음으로써 법상 ‘소각하 판결’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우리 학회 법제이사인 권성희 변호사로부터 소각하 판결의 의미와 함께 향후 법적 대응에 대해 들어본다.


결론적으로 말해 ‘소각하 판결’이란 소자체가 부적법 하다 하여 각하하는 판결로서 일종의 소송판결이며, 소에 의한 청구가 이유 있는가 여부를 재판하는 본안판결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소송자격미달을 선고받는 판결이다.  물론 위 각하판결에 대해서도 청구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승소․패소를 의미하는 인용․기각판결처럼 항소할 수 있으며, 본건 판결의 경우도 항소제기를 하여 두었음은 물론이다.  
  모든 소송에는 법에서 정하는 소송요건이 있으며,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각하판결을 선고받게 되는 바, 이는 행정소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행정소송에 있어서 중요한 소송요건으로 취급되는 것이 바로 처분성이 있는가 여부이다.  행정소송법은 ‘처분’의 의미에 대해서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대법원은 행정청의 공법상의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의 효과를 직접 발생케 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판시해오고 있다.  이에 의하면 가장 전형적인 행정소송이란 법규에 위배된 행위에 대하여 행정청이 이를 이유로 시정명령이나 업무정지처분을 내리면 위 시정명령이나 업무정지처분을 처분으로 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본건 간판규정의 신설처럼 행정청이 대통령령(시행령), 총리령 또는 부령(시행규칙) 등의 법규명령이나 조례 등의 행정입법 그 자체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의무의 부담을 명하는 경우 등이 처분성이 있는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위와 같은 행정입법에 대해서는 처분성을 부인해 왔으며 실제로도 오랫동안 행정입법에 처분성을 인정한 판례는 없었으나 행정입법이라도 그 자체가 직접적으로 개인의 권리, 이익에 영향을 미치면 그 처분성이 인정된다는 원칙에 따라 최근에 지방분교의 폐지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처분성을 인정한 바 있다.(1996. 9. 20. 95누 8003)
  본건 간판규정의 경우 법신설 그 자체로 전문과목 아닌 진료과목을 진료하는 전국의 의사들은 의료기관명칭표시판에 진료과목을 표시하는 글자크기를 의료기관명칭표시글자크기의 2분의 1로 줄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는 바, 이는 마치 동규정 위반을 이유로 한 시정명령을 받은 것과 다른 바가 없게 된다.
  따라서 본건 간판규정은 신설 그 자체로 처분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행정소송이 들어가게 된 것이고, 한편 본건 간판규정의 집행정지사건의 항고심에서 「구체적인 집행행위의 개입없이 그 자체로서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라고 판시하여 본건 간판규정의 행정처분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높았으며, 실제로 본안 재판에서도 처분성 여부가 가장 중요한 쟁점중의 하나로 취급되었다.  이제 본건 간판규정의 행정처분성 여부는 고등법원, 대법원에서 연이어 다뤄져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보이며, 법을 다루는 한 사람으로 위 판결결과에 심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편 본건 간판규정에 행정처분성이 최종적으로 없는 것으로 판단되더라도 문제는 없다.  왜냐하면 앞으로 법 시행에 따라 구체적인 법집행으로서 시정명령 등이 나오는 경우 이를 처분으로 하여 원점에서부터 다시 다퉈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행정처분성이 부인됨으로서 본건 간판규정 그 자체는 곧바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니 말이다.  헌법재판소법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재판소에 헌번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본건 간판규정의 최종적인 운명은 동규정이 의사들의 의사로서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평등진료권, 영업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의 제 권리를 침해 하였나 아닌가 여부에 의하여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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